술냄새 매우 주의
진영이의 스물 한 살이 나의 그 때보다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물론 아직 진영이 나이와 그렇게 먼 나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은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도 진영이가 대단하다고 느끼는데ㅡ 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진영이는 생각이 깊고 곧다. 그 나이의 사람이 책을 여러 권 읽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해서 결코 얻어질 수 없는 생각의 깊이와 무게감을, 진영이는 가지고 있다. 나는 그걸 항상 칭찬해주고 싶고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고 싶지만 오늘같이 속상한 일이 후두둑 쏟아지는 날에는, 차라리 진영이가 아주 어린애같고 철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는 하루 하루 기대와 설렘의 연속이었던 컴백을 기다리던 나날들이, 진영이에게는 기대를 버리고 있던 시간이었다는게 너무 속상하다. 스물 한 살은 꿈으로 만리장성도 세울 나이 아닌가? 진영이랑 동갑인 사촌동생은, 명절 때마다 꿈이 바뀌고 그 꿈은 현실적인 것부터 아주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까지 그 베리에이션이 대단하다. 청년의 꿈은 바뀌는 게 이상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게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영이는 어쩌면 이미 꿈의 시작을 이룬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원하는 가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무대에 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렇다고 해서 진영이의 꿈이 다 이뤄진 것은 분명 아닐거다. 어린 나이니까 아마 원하는 게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신인상도 타고 싶고 1위도 하고 싶었을거다. 꿈이라는 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꿈이고 꿈이 있다는게 사실 사람을 더 생동감 있는 삶을 살게도 하니까, 그 꿈이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은 게 속상한 건 아니었다. 조금 배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다음에 일등할거니까 그 때 더 많이 축하해줘야지 생각했었는데. 인터뷰를 읽고 나니 너무 속상하다. 진영이를 둘러싼 현실이 진영이의 기대를 빼앗고 꿈을 죽이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 기대를 버리고 있었다는 그 말이, 오늘 하루 종일 머리 속에 맴돌았다. 원래 꿈이 없던 아이도 아닌데, 있었던 꿈을 작게 줄여간다는게 얼마나 감정소모가 큰 일인지. 진영이가 활동하면서 내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었던 문제들로 고민하고 걱정했었다고 생각하니 끄흡... 항상 나이 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칭찬했지만, 오늘은 그렇게 칭찬했던 내가 좀 짜증난다ㅋㅋㅋ 진영이가 하는거면 다 좋고 다 응원한다고 말해왔지만, 나도 모르게 진영이 팬으로서 어른스러운 진영이를 당연하게 여겼던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그냥 오늘은 진영이가 안 어른스러웠으면 좋겠다.
진영이가 지치고 체념해서 꿈이 작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영이는 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고, 마땅히 서야할 자리에 서게 될거다. 나에게 진영이는 믿음이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지치지 않고 진영이를 응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진영이에게도 자신을 향한, 갓세븐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언젠간 제제프 얘기를 하면서 작아지는 진영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근데 그 말을 갓세븐으로 활동하는 진영이에게도 하고 싶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많이 속상하고, 정말 속상하다ㅠㅠ 진영이 너는 네가 하는 활동에 자신감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어. 팬들이 가지고 있는 너에 대한 믿음과 애정에도. 자신감보다는 자부심을. 스스로 너의 활동에 대한 가치와 능력을 믿고, 팬들의 믿음도 믿고, 당당히 여겼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너는 충분하니까. 정말 진심으로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보다도ㅠㅠ 니가 나보다 행복해진다면 나도 너만큼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진영이 아무 걱정없이 좋아하는 노래랑 춤 실컷 하게 해주세요ㅠㅠ
'dldirl' 카테고리의 다른 글
CEL AWARDS! (10) | 2014.12.24 |
---|---|
진영이 얼굴 이야기 (2) | 2014.12.20 |
진영이_파트_플레이어.txt (0) | 2014.11.22 |
not yet identified, but still identifying (0) | 2014.11.17 |
진영이의 꿈 (0) | 2014.11.02 |